라이드 오어 다이 RIDE OR DIE,2021_KOR_1080p-NEXT토렌트씨

'넷플릭스' 간판을 달고 나오는 일본 영화들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도무지 수요를 예측하기 힘든 일본 현지의 시장 상황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무대를 바꾸면 몇 연출가들의 작가정신도 다시금 불붙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최근 올라오는 상품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그건 그저 제 착각에 불과했던 모양이네요. 외려 기초적인 상업적 허들도 넘지 못한 녀석들마저 너무 쉽게 관객과 조우를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 정도니 말이지요. 최근 올라온 <라이드 오어 다이>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핑크 영화의 진폭을 서서히 넓혀 온 '히로키 류이치'의 기술이 좀 더 자유롭게 발휘됐을 거라는 기대는 극 초반부 아주 손쉽게 무너져야만 했으니까요.

일단 극이 너무 불필요하게 깁니다. 아마 그래서 대부분의 관객이 러닝타임 내내 '뭘 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길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되새기게 될 테지요. 일테면 영화는 도입부 건너편 다리 난간에 선 '레이(미즈하라 키코 분)'를 발견하고 '나나에(사토 호나미 분)'가 차를 돌려 길게 돌아 오는 장면이나 종반부 두 인물이 상하를 서로 바꾸어 가며 성교를 나누는 장면 등을 굳이 편집 없이 롱테이크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두 인물이 드디어 평등한 관계로 맺어졌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이건 너무 깁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편집의 기술을 발휘해 반으로 줄여도 무방할 지점들을 <라이드 오어 다이>는 이런 식으로 길게 늘여 놓고 있다는 거지요. 심지어 초반부 몇 장면은 시원스럽게 도로를 달리는 'BMW'의 광고 장면을 끼워판다고 비난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이니까요.

라이드 오어 다이에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 한쪽은 멍을 또 다른 한쪽은 피를 뒤집어 쓴 채 욕조에서 뒤엉켜 있는 장면부터 시작해 극 후반부 한 몸이 되어 서로를 탐닉하는 단계에 다다를 때까지도 '미즈하라 키코'와 '사토 호나미'는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로 두 인물의 감정을 피력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게 이성애자를 사랑하게 된 동성애자의 순애보나 동성애자의 감정에 기어코 감응하게 된 이성애자의 죄책감을 담아내고 있는 정도냐고 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주억거릴 수 없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 서사의 측면에서 그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백합(百合)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걸 테고요. 무엇보다 이런 식의 로드무비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의 가치가 이 이야기엔 완전히 결여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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